Page 17 - 동산문화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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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눈이 시리도록 꽃을 피우고 스승과 제자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던 조회대 양옆 오래된 벚나무가 2024년 6월 2일 일요일 이른 아침

               베어졌다. 월요일 등교하여 교무실 4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다 벚나무의
               난 자리에 대한 감정이 나무가 사람 인양 내 가슴에 스몄다. 우리 곁을
               떠나는 사람의 아쉬움, 슬픔에 대해 마지막 식사, 이별주를 권하며 마
               음을 나누던 정서가 있다. 수명을 다해서 건, 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건

               우리 곁을 떠나는 벚나무에게 무심했던 내가 부끄럽다. 그 마음이 봄비
               에 꽃잎을 날리던 어느 날들에 머무른다. 99년 처음 만난 벚나무 아래

               에서 매년 벚꽃이 만발할 때 동료와 제자들과 찍은 사진은 앨범에서 그
               대로인데 밑둥이 잘리운 자리에 새로 심은 벚나무 잎이 시름하다.
               벚나무 잘라 내는 일을 맡았던 업자가 ‘이 벚나무는 족히 50년은 되었
               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하는 교감 선생님은 본인이 재학생 시절에도 벚나무는 있었고 교정을 봄이면 화사하게

               물들였다는 말을 해 주었다. 봄에 화창하게 피어 분홍색 꽃잎으로 교정을 환하게 빛나게 했던 벚나무가 떠나는
               날 막걸리 한잔 뿌리지 못한 아쉬움을 말하는 교사들을 보면서 벚나무도 법인격의 동료였구나! 하는 따스한 울
               컥이 있었다.



                                                   벚꽃은 장미과에 속한다. 대표적인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영혼), 정
                                                  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라 한다. 50년 동안 한 자리에서 동산의 모

                                                  든 역사를 지켜보며 꽃말처럼 학생과 교사에게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
                                                  게 했고 사제간에 삶의 아름다움을 선물했다.
                                                  골반(3학년 4반) 학생들에게 종례시간에 벚나무가 베어져 사라진 느

                                                  낌을 물었다. 학생들의 느낌을 모두 이곳에 옮길 수는 없지만 대부분
                                                  은 ‘수많은 봄날 추억, 아쉬움, 슬픔, 안타까움, 아름다움’의 단어로 마
                                                  음을 표현했다. 특히 한 학생은 ‘3년 동안 그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
                                                  니라 우리 모두의 추억과 함께 자라온 친구였다’ 라고 했다.

                                                  생명체의 생사(生死)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生)의 신비, 기쁨은 사
                                                  (死)의 이별, 슬픔과 연속적인 반복이기에 영원한 진리다. 동산인의 미
               래를 위해 벚나무가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벚나무가 식재 되었다. 교정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이면서 흙이 줄

               어 나무들이 성장하기에 맞춤한 환경은 아니지만 새로 식재된 벚나무는 선배 벚나무처럼 견디고 극복할 것이
               다. 학생들의 함성과 웃음소리를 아침이슬과 함께 흡수하고 사제간의 믿음과 사랑, 온기를 햇살과 함께 나누면
               서 아름답고 튼튼한 벚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완연한 봄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꽃을 선물했던 교정의 벚나무는 베어졌지만 추억으로 매년 봄 동산인의 마음에
               서 아름답게 흩날릴 것이다.



                                                                                          2024 동산문화 50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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