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동산문화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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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소식
시간을 품은 벚나무, 2024년 봄, 오랫동안 학교의 봄을 알려주었던 벚나무와 새로운 만남을 위
우리들의 이야기 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매년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여 함께 웃으며 추억을
나누던 공간을 추억하는 마음으로 허민 선생님의 시 한 편과, 김희우 선생
님과 선대규 선생님의 글,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사진을 기록한다.
사월의 밤
허민 선생님
바람이 던져버린
금이 간 백자(白瓷) 하나를
텅 빈 항아리처럼 멈춰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짧았던 우리 사월의 밤
몸이 부푼 하얀 벚꽃나무 아래서
네가 내 흰 편지들을
조각조각 날려버리듯
함께 담겨 있었던 우리가
모든 틈 사이로
흘러내리던
그해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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