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동산문화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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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보고싶다, 그대들
채혜령 선생님
Episode 1
오늘은 담임을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모습의 제자들이 그리워 일기를 적어보려 한다. 토자(토요일 자율학습)가 있
던 시절, 아이들이 시험 기간이어서 공부하러 오전에 나오고 나는 한 명이라도 더 나오게 하기 위하여 아이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나의 면을 세워 주길 바랐던 시간들이 있었다. 토자도 하지 않고 집에 갈 때가 다 된 시간에 헐레벌떡
책만 가지러 온 아이가 있어서 아쉬움에 불렀다. 그 당시 우리 영어 교재는 Grammar Paradigm이라는 부교재를
사용하였다. 그 책을 가슴에 꼭 안고 교실 밖으로 나오는 우리반 아이에게 “00야, 너 정말 공부하려고 그 책 가지고
가는 거야? 아침에 나와서 하지 그랬어.” 그래도 학교에 온 게 대견하여 말을 걸었더니 동그란 눈을 뜨며 내게 하는
말~ “어우, 선생님 저 그래도 글래머 패러다임은 엄청 열심히 했어요.” 그래...글래머...내가 아는 글래머 그거 아니
겠지? 글래머 아니고 그래머...선생님이 아직도 더 많이 노력할게. 하며 함께 웃었던 나의 제자 보고 싶구나.
Episode 2
지금도 학급끼리 단합대회로 고기도 구워 먹고 애슐리도 가는데 우리
반도 아이들과 애슐리로 정하여 가게 되었다. 나는 우리 반 아이 몇 명
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쫄면이 좀 많이 매웠던 모
양이다. 연거푸 콜라를 마셔대며 하는 말 “아우, 선생님 스파시스하게
맵네요.” 그런데 처음엔 실수거니 했는데 계속 매운 음식을 가져오면
서 나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사실, 스파시스는 도화동에 있는 찜
질방 이름인데 ‘spicy 맵다’는 말을 영어로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것도 하필 영어 담임선생님인 내 앞에서 ㅎㅎ. 그래도 스파~까지는
맞은 걸루~~ㅋㅋㅋㅋ 그냥 지나쳐 줄 걸... 그래도 꼭 제대로 알려주
고 싶어 다시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마 평생 이 단어는 잊지 못하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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