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인으로 살아온 나의 인생

민초회 회장 서교석(26회)

  1971년 1월 인천남중학교 체육관, 담당 선생님의 말씀이 ‘구슬이 담긴 통을 두 바퀴를 돌리고 거꾸로 반 바퀴를 돌리라.’고 하여 그대로 하니 하얀 구슬 하나가 떨어졌다. 중학교 배정하는 추첨이었다. 하얀 구슬은 동산중학교였다. 나는 동인천에서 걸어서 통학하게 되었다. 학교생활의 추억은 꼴통 야구와 꽈배기였다. 등교 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는 어김없이 꼴통야구를 하며 중학교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서는 야구와 같이 생활했던 것 같다. 1975년 봄, 동인천에서는 납북선원 송환하라는 궐기대회가 있었고 11시 동대문야구장에서는 대통령배 첫날 첫 게임이 대구상고와 있었다. 그때 우리 반은 모든 친구가 야구장에 가기로 눈맞춤을 했다. 동인천역 궐기대회에 참석하러 가는 중에 우리는 각기 대열을 이탈하여 제물포역으로 집합했다. 동대문야구장에 도착하니 선배들이 먼저 와 응원하고 있었다. 열심히 응원한 덕분인지 대구상고를 이겼다. 무척이나 즐겁고 신나는 마음에 동인천역부터 응원가, 교가를 목청껏 외쳐 부르며 선후배가 나란히 대열을 맞추어 학교에 들어갔다. 교감 선생님의 훈화가 끝이 나고 우리 2학년 3반만 남고 나머지는 하교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교실에 들어와 담임선생님의 모진 꾸지람을 들었다. 이젠 그것이 추억이 되었다.

  역사와 전통의 명문사학이라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지만, 어릴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의미를 몰랐다. 성장하여 생활하니 우리 학교의 학창시절에 몸으로 마음으로 배우고 익힌 것, 즉 ‘신의’라는 교훈이 사람의 성품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삶의 옳고 그름을 ‘신의’에 비춰보고 의리에 합당한 것인지 비교해 보기 시작하였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어렵다고 나에게 손을 내밀면 그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면 조건을 달지 않고 그 손을 잡아주곤 하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는 늘 없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보상이나 대가를 요구해 본 적이 없이 살아오니 생활은 그리 넉넉하게 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업을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 하는 사업은 ‘동산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마음먹고, 상호도 ‘동산유통’으로 시작하였더니, 주위에서 특히 동문들이 나서서 도와주기 시작하여 이제는 조금 나아져 사업에 안착하게 되었다.

  사업이 나아지니 나에게 도움주신 분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분들을 위하여 당구장을 개업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마지막 해야 할 꿈이 있다. 사회사업이다. 돈을 벌기 위한 사회사업이 아닌 정말 퍼 주는 복지를 하고 싶다. 자식에게 버림받은 분, 생활자체가 힘든 독거노인들처럼 제도권에 있지 못한 분들에게 내 것 또는 우리 것을 나눠주는 정말 복지다운 복지를 하고 싶은 것이 나의 마지막 소망이다. 그리고 이것이 ‘신의’의 동산인으로서 하여야 할 일이 아닌가 깊이 생각한다.

  올해는 민초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민초회는 8회 선배님이 주축이 되어 후배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어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뜻있는 모임의 수장이 되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봉사하고 배려하는 마음 또한 더 들게 한다. 우리 ‘민초회’는 늘 그렇듯이 ‘민초’처럼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는 신의의 동문이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자랑스런 동산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