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료
인천 동산고의 우완 투수 이건욱(17)이 또다른 ‘괴물 투수’의 탄생을 알렸다. 2학년생인 그는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7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사·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에서 대구고를 상대로 10이닝 4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동산고는 연장 11회 승부치기(연장전에선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규칙) 끝에 대구고를 7대4로 따돌리고 2회전에 진출했다. 이건욱은 4-2로 앞서던 10회 말 동점을 허용했지만, 팀이 11회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1945년 야구부를 창단한 동산고는 6차례나 청룡기를 품에 안은 전통의 명문이다. 특히 정민태(넥센 코치), 송은범(SK), 류현진(한화) 등 명 투수를 다수 배출한 고교로 유명하다.
이건욱은 이날 선배들 못지 않은 역투를 선보였다. 안타 6개를 맞았지만 3개는 내야안타였고, 연속 피안타는 없었다. 삼진은 10개를 솎아냈다. 이건욱의 투구를 본 프로팀 스카우트들은 “저 공은 (고교생들은) 못 치겠다” “체격(180cm, 75kg)도 훌륭하네”라며 감탄했다.
승부욕도 남달랐다. 금광옥 감독은 9회가 끝나고 나서 이건욱에게 “그만 내려오라”고 지시했지만, 이건욱이 고개를 저었다. 금 감독은 “몇 번이나 교체 사인을 냈는데, 본인이 고개를 저으니 어쩔 수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 후 이건욱은 “올해 전반기 주말리그 제물포고 전에서 내가 내려왔다가 역전당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건욱은 안산 관산초 1학년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고교 시절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던 아버지 이현행(42)씨의 권유로 야구부에 들어갔다가 스스로 재미를 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턴 본격적으로 투수로 뛰었다.
올해 전·후기 주말리그에서 동산고가 거둔 7승 중 5승은 이건욱이 책임졌다. 그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 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건욱은 “송은범 선배 같은 훌륭한 우완 투수가 되고 싶다”며 “일단 이번 청룡기에선 팀을 4강에 올려놓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