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료

걸어서 땅끝까지 ‘사제동행’
  • 작성일200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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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신문] ‘새해 소망을 담아 인천대공원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걸어요’

인천 동산고등학교 1학년 학생인 김승연, 장동규, 장민한, 황치우군은 6일 오후 전라남도 함평 땅을 밟았다. 인천대공원을 출발한 지 열흘만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7일 서해안을 따라 14박15일 일정으로 해남 땅끝마을까지 걸어가는 국토종단 대장정에 올랐다.


국토 대장정을 계획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학교 권용식(42) 교사. 권 교사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생들과 걸어서 국토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에 오르기로 했다. 집에서 컴퓨터게임만 하면서 겨울방학을 보낼 학생들을 위해 힘들지만 특별한 선물을 마련한 것이다.


권 교사는 “우리 반에서 공부를 멀리하고 놀기 좋아하기로 유명한 학생들에게 겨울방학 동안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토 대장정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권 교사는 인천대공원을 출발해 첫 째날 경기도 안산에 도착, 하룻밤을 묵었다. 둘 째날에는 평택을 거쳐 충남 아산방조제까지 걸었다.

 

오랜 시간을 걸어본 적이 없었던 학생들은 발에 물집이 잡혔고 다리는 물론 온몸에 근육통도 오기 시작했다. 권 교사도 처음부터 모든 학생들이 국토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은 충남 공주와 부여를 거쳐 전북 김제에 다다랐다. 국토 대장정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물집을 치료하는 일도 익숙해지고 걷는데도 자신이 붙었다. 하루에 길게는 10시간, 짧게는 8시간씩 쉼없이 걸었고 하루 동안 걸은 거리만 35~45㎞에 달했다.


걷다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됐다. “국토 대장정은 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며 찐빵 등 음식을 나눠주고 긴 여정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잠은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잤다. 스스로 빨래도 하고 침구정돈도 했다. 집에서는 손끝 하나 대보지 않았던 일이다. 하루 여정이 끝나면 다같이 둘러앉아 일기도 썼다.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일, 걸으면서 힘들고 재미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적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때는 학생들 모두 말이 없었다.


이들은 걷고 또 걸어서 이날 전남 함평 땅을 밟았다. 국도를 따라 걸어왔으니 거리만 500㎞. 앞으로 월출산을 거쳐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까지 200㎞가 남았다. 당초 예정했던 땅끝마을 도착일은 10일이었지만 학생들이 힘을 낸 덕택인지 9일로 하루 앞당겨졌다.


권 교사는 “국토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땅끝마을에 도착하면 아이들과 함께 새해 소망을 목청껏 외치겠다”며 “아이들이 국토 대장정이라는 값진 경험을 통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지닌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