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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너무 좋아해", 인천 동산고 옥상의 비밀
  • 작성일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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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터뷰] 꿀벌 생태동아리 '플랜Bee' 장익섭 선생님

[노광준 기자]

▲  인천 동산고에서 꿀벌 생태동아리 '플랜Bee'를 이끌고 있는 장익섭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 장익섭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조차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주입식 교육이 된다면 아이들이 피곤하고 거북해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처럼 이렇게 직접 벌을 키우면서 도시양봉을 하면 매일 매일 기후와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껴요. 자연스럽게 환경 실천을 고민하게 되죠."

학교 옥상에서 학생들과 함께 도시양봉을 하고 있는 인천 동산고 장익섭 선생님의 말이다. <오늘의 기후>(OBS 라디오 FM 99.9)는 6년 전부터 고등학생들과 꿀벌을 키우고 있는 장익섭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생물선생님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이었다. 어떻게 해서 꿀벌을 키울 생각을 했을까?
 

 

"생태환경교육 학생동아리를 만들 때 마침 전세계적으로 꿀벌실종현상이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큰 이슈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아이가 '우리가 벌을 키우면 안될까요?'라고 장난스럽게 했던 한 마디에서 출발하게 되었어요." - 장익섭 교사, 인천 동산고, 2023년 11월7일 OBS 라디오 인터뷰 중


그렇게 만들어진 인천 동산고의 생태동아리 이름은 '플랜Bee' 이다. 그동안 인류가 세우고 추진했던 플랜A가 개발과 발전의 논리로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 중심의 계획이었다면 이제 자연과 공생하는 플랜B가 필요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의 일환으로 꿀벌을 돌보는 '플랜Bee'가 되자는 중의적 의미의 명칭이다.

"그런데 선생님, 무섭지는 않나요? 벌에 쏘이거나?"

김희숙 <오늘의 기후> 진행자의 질문이었다. 진행자는 초등학교 때 과학실험의 일환으로 벌을 관찰해본 경험을 떠올리며 학생들이 굉장히 무서워했을 것 같다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장 선생님은 벌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생명체가 아니라며 이렇게 답했다.

"특히 꿀벌은 자신들을 직접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쏘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벌에 쏘였던 사람은 대략 3~4명에 그치는데, 그 중 한 명이 저입니다. 가장 많이 쏘였습니다.(하하)"

하지만 막상 학교에서 벌을 키운다고 할 때 곳곳에서 걱정과 두려움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오죽하면 인적 드문 학교 옥상에 벌통을 설치했을까. 그런데 6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학생들이 가져다준 꿀을 드시며 좋아한다고. 학생들은 무엇보다 생태환경 감수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생명체 아냐"
 

▲  인천 동산고에서 꿀벌 생태동아리 '플랜Bee'를 이끌고 있는 장익섭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 장익섭

 
다음은 장익섭 선생님과의 일문일답.

- 벌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잖아요.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나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선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생명체가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공존해야할 이웃과 같은 생명체입니다. 지금은 시작할 당시 염려하시던 분들도 모두 좋아하고 계십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교내의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도 옥상으로 모시고 올라가 양봉체험활동을 하며 그 오해와 염려를 해소시키고 꿀벌과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 학생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동아리 구성원을 모집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학생들도 무작정 겁을 냈었습니다. 벌통을 열어보기는커녕 그 가까이 가는 것조차 무서워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동아리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학급단위로 체험활동 차원에서 찾아와 활용하기도 하는 등 학교 내에 양봉장이 있어 꿀벌들의 무리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합니다. 부가적인 말씀입니다만 동아리활동 후에는 항상 학생들에게 300ml가량의 꿀을 나눠주는데 가정에서 어머님들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다음 동아리활동이 언제인지 기다리시더라는 후문도 있습니다."

- 꿀벌을 키우면서 얻는 교육적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해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의식과 이에 대한 우리의 노력 방안을 주로 교과서적으로 전달하고 전달받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이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대부분 "1회용품 쓰지 말라",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등 금지형이나 의무전달을 위한 명령형 문장으로 되어 있다보니 학생들이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양봉을 통한 생태환경교육을 하면, 가까이에서 벌들의 생태를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벌들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현상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스스로 생각하고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이 벌들과 공존하고 공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이 고민이 분리배출이나 미세플라스틱 줄이기, 탄소배출 줄이기 등과 관련된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 실제로 양봉을 하면서 누군가 벌에 쏘인 적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까 잠시 말씀을 드린 것처럼 벌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꿀벌은 자신들을 직접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쏘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벌에 쏘였던 사람은 대략 3~4명에 그칩니다. 그중 한 명이 저고 가장 많이 쏘였습니다. 그 외에는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장난치던 학생들이 1~2방 쏘인 것이 전부입니다. 다시 말씀드려 강조하지만 벌들은 우리에게 절대 위험한 존재가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나무와 꽃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보고 있기 힘들어"
 

▲  인천 동산고에서 꿀벌 생태동아리 '플랜Bee'를 이끌고 있는 장익섭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 장익섭

 
- 양봉 과정이 궁금해요.

"양봉에 대해 잘 모르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봉은 벌통 하나만 가져다 놓으면 벌들이 알아서 잘 크는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11월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벌들이 서로 뭉쳐서 체온을 나누며 추운 겨울을 벌통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도록 먹이도 비축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시기입니다. 또 우리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개학을 앞 둔 2월부터 3월이면 벌들이 새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벌통도 정리해 주고 물도 공급해 줘야하고요. 여름이 되며 벌통 안에 꿀이 가득 차 벌들의 생활공간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꿀을 빼줘야 하기도 하고 개체 수에 맞게 벌통을 준비해 줘야하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진드기 같은 병충해 방제를 위해 애를 쓰기도 하고 특히 말벌떼의 습격에 대비하기도 해야하는 등 아무런 수고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 밀원식물이라고 하죠. 주변에 꿀벌들이 꿀을 모을 환경이 있나요?

"우리 학교에는 일찍이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계신 선생님들이 교내 유휴지에 텃밭을 가꾸며 꿀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밀원식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내 텃밭이라든가 학교 옥상정원 등은 사실 상징적인 공간에 불과합니다. 벌들의 이동 거리는 8km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수고를 다해 인근의 작은 공원이나 숲을 오가면서 꿀을 따왔을터인데, 우리 학교주변도 재개발이 되면서 점점 나무와 꽃이 사라지니까 꿀벌의 개체수도 점점 줄어들어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일이라면 나무와 꽃들이 있던 숲이 아파트 숲으로 바뀌며 꿀벌들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보고 있기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꿀벌들이 사라지면 식물들이 성장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인류의 식량이 고갈될 것이고, 그것은 곧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자연과의 공생을 포기하는 현실을 아이들과 이야기한다는 것이 참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 외에는 늦여름과 가을 한 철 말벌을 잡기 위해 배드민턴채를 들고 옥상을 누벼야하는 일, 벌에 쏘여 퉁퉁 부은 채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해야하는 일 등은 힘은 들지만 재미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