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동산문화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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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아끼는 마음’으로
환경 교육
김영호
교장선생님
아침부터 잔소리가 발동하고야 말았다. 우리 집 둘째는 아침 샤워 때부터 신선이
라도 되는 양 뜨거운 온수의 김이 욕실 가득하도록, 물을 콸콸 쏟아지게 온수를 틀
어놓고 십여 분째 닦고 있었다. 그런 아이 곁으로 가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말했다.
“비누칠하는 동안엔 물을 잠그면 좋겠어. 아깝잖아.”
학교에서는 새로 채워둔 물비누 한 통이 1~2일 만에 바닥나고, 뽑아 쓰는 화장지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차오르는 화장실 휴지통을 비워야 한다. 교실엔 몇 글자
끄적이다 만 A4 용지들이 뒹굴고, 책상에 음료라도 한 방울 흘리면 그걸 닦으려고
티슈 서너 장을 툭툭 뽑는다. 일일이 지적하기엔 너무 쪼잔한 것들이 쌓였다가 콸
콸 틀어놓은 수도꼭지 앞에서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되지 않던 시대에 살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행정실과 환경미화를
도와주시는 분들께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죄송할 뿐이다.
1인당 GDP가 20,000달러인 시대에 살아가는 아들이 ‘아깝다’라는 말을 이해할까.
아들에게 살면서 무엇이 가장 아까웠냐고 묻자 대번에 답한다. “있어요. 돈요.” “다
른 건?” 이번엔 시간이 좀 걸린다. “어… 없는 거 같아요.” 천진한 표정의 아이에게
‘지금의 기후 온난화와 네가 튼 수도꼭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아느냐’라며 일장
연설을 하려다 접은 것은, 사람은 한마디 말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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